나의 복싱, 로프와의 사랑

런던 시내와 똑같은 날씨. 스산한 바람과 먹구름이 군데군데 하늘에 떠있던 그날 역시도 나는 여느 날과 같이 그곳을 들렸고 오늘도 늘 똑같은 행위에 들어간다. 일단 상의를 하나하나 천천히 차례대로 벗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여성의 피부에 바로 맞닿은 신비롭게 서포트된 브라쟈까지 나는 모두 벗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에 잠긴다. 

남과 똑같은 방식으로 인생을 산다면 맛있는 인생살이는 결코 되지 못할 것이라고. 아주 작은 일로부터 일상의 변화는 시작되므로 전략적이지 못한 사람의 성공은 이것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순간의 예리한 판단과 꼭 그런 결단으로 상대를 누르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영리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머리를 굴려라, 남과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 발상을 발휘하고 적극적이게 되라고, 매사에 비관도 낙관도 너무 집중하지 말고 잿더미가 되어버린 무용지물도 행운의 보따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져라. 결단하라.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나의 인생에 대해 조금 이야기할까 한다. 내 인생은 로프로 쌓여져 있다. 

직경 5cm의 로프가 아래서부터 4줄로 쪼로록 놓여있다. 한 판 벌리기도 한다. 나와 나의 인생에 대하여. 나의 권력을 나는 로프와의 사랑으로 단숨에 휘어잡고 만다.

나는 여성이다. 사랑스런 가냘픈 여성이다. 그러므로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동서풍이나 남동풍처럼 바람이 부는 대로 살지 말고 주관이 명확하게 살자고 내 자신에게 울부짖는다. 폴리쉬(방침)가 있어야 한다. 

사람과 강아지의 애정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이곳 한국 사람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한 마디로 무식하다. 복날에 개를 먹는다. 한문을 보라. 伏은 사람과 강아지가 붙어있지 않은가. 만약 강아지가 사람을 집어 삼켰다면 어떻겠는가? 강아지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로프와의 사랑에서 나는 복이란 말을 넣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나를 억누른다.

초복(伏), 중복(伏), 말복(伏). 사람인 변에 강아지 견이 붙은 복을 나는 사랑한다. 나의 주관이 확실하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강아지가 붙은 단어 伏 복이다. 무지 무지 좋은 뜻이다.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복싱의 복이다. 수많은 인파로 파생 효과도 크고 스트레스와 고민을 마인드 컨트롤로 헤쳐 나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여성으로써 벅차기도 하고 가끔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살 수 있게 해준 것은, 아니 나를 살아가게 인도하여 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복싱이었다. 숱한 배신과 으르렁대며 나의 근처를 맴돌았던 많은 사기꾼들이 힘으로 나를 때려눕히려고 했었다.

과거의 나는 결코 비굴하지 않았고 좌절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의 방어 차원에서 나는 복싱을 시작했고 어느덧 9년이 흘렀다. 내가 여성으로서 그것도 귀여운 여성으로 남기에는 복싱은 커다란 나의 반려자이다. 든든하다. 아무데서나 휘두를 수 없는 주먹이기에.

다이아몬드보다 빛나는 로프와의 사랑. 글러브에 다시 한 번 애정을 표시한다. 나의 둘도 없는 행복의 반려자라고. 나는 로프와의 사랑을 위해 복싱용 브라자로 갈아입는다. 오늘도!

 

나의 복싱, 로프와의 사랑

후편

오늘은 2010년 8월 29일, 비가 온다. 사실은 어제 밤부터 밤새도록 비가 왔고 160mm 정도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딱 들어맞았다.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기분도 좋지 않다. 그러나 약속이 있었다. 거북 강남 복싱 체육관에서는 매월 행사로 팀워크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마지막 주에 연회가 벌어진다. 나는 그날 그곳에서 약속이 있었다. 내가 그곳과 인연을 맺은 것도 벌써 4년이 넘은 듯하다. 잘 따져보면 조금은 빗나갈 수도 있겠지만 대충 그렇다. 

그 근처에서 건설업을 하다 보니 조그마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근처의 세입자에게 복싱장에 대해 들었다. 해외 출장이 잦아서 좋아하는 운동을 못할 때도 생기는데 잘 된 일이었다.

오늘 구민회관에서 벌어지는 생활체육 대회가 있다. 쏟아지는 비 사이로 어느덧 중구 구민회관에 들어섰고 오늘 2010년 8월 29일 KBI라고 하여 한 개 밖에 없는 한국권투인협회장 임명이 있는 날이기도 하였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복싱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오늘 이같은 멋진 자리, 비가 오는데도 조리를 신은 채 지금의 이경연 관장님(전 세계챔피언 미니멈급)을 저녁 때 쯤 복싱장에서 만났다. 내가 처음 느낀 것은 번갯불보다 두뇌회전이 빠른 분이라고 느꼈고 또 스마트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1초 2초 뚝딱하는 사이에 두뇌회전이 엄청나게 빠른 점이 한눈에 반했다. 물론 운동 면에서 말이다. 세계챔피언은 아무나 할 수 없고 머리와 노력과 투쟁이 필수다. 그걸 해낸 것은 대단한 수준의 스포츠맨이라는 것이다. 하나를 해낼 수 있는 자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고 하나도 하지 못하는 자는 모든 것을 깨트린다. 

 빛내주러 온 것이 아니고 그냥 권투가 좋아서 놀러 온 것인데 이런 경사스러운 일을 겸했다.

늘 마음을 비우고 다니니 기쁨이 가득 찬 좋은 일이 생기는 모양이다. 마지막 시합까지는 보지 못하고 충무로에 식빵을 사러 가야했다. S호텔 식빵이 세계 NO.1으로 맛있다. 호텔 주방이 6시에 문을 닫으므로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나는 다시 이동했다.  

나도 세계챔피언이 될 거야!

                                 다음 우승을 목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