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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U’S 감사장

 

갓 주문한 피자를 먹는 것 같은 뜨끈뜨끈한 날씨 8월에 첫 번째 월요일. 필자는 가슴속 깊이 고마워해야할 사람이 있다.

한국에서 나는 좋게 이야기하면 독신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고아, 혼자인 것이다. 그런 나에게 여름철의 뙤약볕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나의 마음에 찐고구마를 놓은 것처럼 따뜻한 감동의 물결을 선사하고 하다못해 통통배를 띄어 놓고 간 소년이 주인공이다. 기억하기론 이름은 권기훈. 아빠와 같이 차를 타고 왔었다.

실내 인테리어를 변경해야 하는 그곳은 사정이 있어 그곳 내부의 짐을 일단 실외로 내보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물건을 실외로 내보낼 때는 그의 아빠가 혼자서 일을 처리하고 몇 번씩 왕래하며 많은 물건들을 밖으로 이동시켰다. 그 후, 실외에 있던 물건이 다시 실내로 들어왔을 때 일이다. 8월의 더운 날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 기쁘고 감동스러웠던 점을 다시 상기시켜볼까 한다.

요즘 14세쯤 소년들은 거의 부모 말에 반항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빠와 함께 나를 도와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문가처럼 하얀 장갑을 끼고 무거운 것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조심스럽게, 늘 해왔던 사람처럼 움직이는 것을 보고 소년이 참 침착하다고 생각했다. 한창 놀고 싶었을 여름방학인데도 필자의 일을 도와주려고 했다는 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강아지 ‘미스 대전’이 배란기 때 별거를 했다가 배란기가 끝나 다시 돌아오는 날이었다. 그곳 사무실에 맡긴 터라 늘 신세만 지으니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다.

일본의 아이들은 방학이 오면 아침에 나가 늦은 저녁시간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소년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고 미스 대전 또한 잘 봐주었다. 정서적으로 잘 큰 소년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아주 짧게나마 나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 더운 여름에 감동의 통통배를 내 맘속에 띄우고 간 소년. 한마디로 그 집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근데 그 아버지도 문제가 많다. 한국에서 진돗개를 버린다고 해서 데려온 megutwo(메구투)라는 새하얀 강아지가 온 후 줄곧 개사료를 유통하는 관계로 메구투를 위해 사료를 가지고 오곤 했다. ‘얼마죠?’ 하고 물으니 ‘아닙니다.’ 하고 그냥 가곤 했었다. 참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지불할 돈이 점점 쌓여만 간다. 진돗개는 살아있으니까 계속 사료를 먹어치웠고 동시에 나는 빚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때 문득 일본의 고문 변호사가 생각이 났다. 권일이라는 이름으로 동경의 오츠야 소방서 옆 건물에서 법률사무소를 하고 있다. 그 고문 변호사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권 씨 즉 권가는 양반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양반이라고 하면 양반김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맛있는 김이라고 늘 양반김. 양반김 노래를 불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모두 양반 가문이라 개사료 수금을 하지 않는 모양인가보다.

그 후로 그 소년을 볼 일이 없었다. 지금은 청년이 되어 바쁜 모양이다. 지금부터 몇 년 전 일이니까. 일본 아이들은 부모가 시키면 절대 하지 않고 자기 본인 일을 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미국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정말 따뜻한 온기가 도는 그 아버지와 그 아들이다. 몇 년 씩이나 개사료를 가져다 주면 거덜이 날 법 한데, 그 아버지는 부자인 모양이다. 개사료 공장도 지었으니! 하하하 부럽다. 양반 가문의 넓은 마음 씀씀이. 필자도 배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개밥(멍멍)을 잘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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