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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5일 전에……

한국에서 땅을 구입한 후 아무 것도 모른 채 열심히 서울에서 공사를 허벌라게 시행, 시공을 했었다. 잘 곳이 없어서 한남동에 있는 H호텔에 투숙하며 매일 공사판을 들락날락하며 분주하게 수 십층의 건물을 건설하고, 현장설계 변경을 해야 하므로 매일 현장에 출동하는 나날이었다. 현장에 소장이 있지만 소장은 어디까지나 남의 것을 지어주는 인부의 직책일 뿐이다. 내 땅에 내 건물을 짓고 있으니 내가 매일 출동이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또 지적해야 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많다. 건설 지식이 많으면 많은 대로 현장지시도 많은 것이다.

 

 

수십 층을 짓는다는 것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파란만장하다면 파란만장한 것이다. 설계에서 건축, 준공까지 모든 것이 순탄할 게 없다. 일본에서는 국가 공사만 했던 필자라 정확하다고 보면 될 듯싶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 여름. 그렇게 두 해가 지나갔다. 무사고로 잘 이겨낸 덕에 건물이 지어졌고, 그 당시에는 메구스가 아직 태어나기 전이라 모든 건물의 머릿돌엔 나의 이름 ‘MEGU’ 라는 이름이 붙고 MEGU 빌딩이라고 붙었었다. 지금 같으면 MEGU'S 빌딩이 되는 셈이다. 건물을 짓는 사람이라 건물이 올라갈 때마다 새삼 놀라지도 않는다.

 

 

항상 ‘열심+열심+열심+’ 방향으로만 사는 필자이다. 정신없이 공사로 시간을 보냈고 준공식에 나왔던 맛있는 시루떡이 그리워질 무렵 필자는 빌딩의 분양을 하고 나서 머릿돌에 날짜를 새겨 넣어야 했다. 선분양도 있었고 후분양도 있었다. 건물을 짓다보면 케이스는 다양하다. 필자와 건설업은 죽마고우 같은 것이다. 먼 옛 친구와 같이 느껴진다. 건축 자재를 접할 때마다 느껴지고, 매번 공사 때마다 신혼여행을 간 기분이 든다. 마음이 콩닥콩닥하고 좋다는 뜻이다. 앓던 이가 빠진 듯이 속이 시원하고 마음을 툭툭 털어버린 느낌이다. 그렇게 시원하게 마감을 하고 모두 판매가 완료되었다. 그때는 건설업 경기가 꽤 좋았다. 짓기만 하면 얼씨구절씨구 잘 팔렸다. 툭툭 털고 크게 만세를 불렀다. 그렇게 무사고 완판으로 신이나 있었다.

그리고 5日 후 필자는 어머나! 어머나! 하고 매우 놀란 기억이 생생하다. 

 

IMF인지 BMF인지 알지도 못하는 단어가 신문과 TV에 나오는 것이었다. 무식해서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나중에 자세히 들어보니 사람들에게 돈 줄이 막힌 듯 했다. 필자에게는 재복이 있는 것인지, 세상에 눈치가 있었던 것인지 무사하게, 아픈 쪽을 피하게 됐다. IMF를 모르도록 해준 그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아마도 하늘일지도 모른다.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가니 한 가닥의 희망은 있었던 것이다. 남들의 아픈 추억에 기쁘다고는 못하여도 나에게는 다행히 슬픈 추억이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적어도 IMF는 다신 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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