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구시마(99개섬)와 센뻬이 과자와 갑오징어

필자는 20대부터 건설에 뛰어들어 회사의 CEO로서 전 세계에서 크고 작은 공사를 해왔다. 10여년 전부터 한국에도 첫발을 내디뎌 이곳 저곳 공사판을 벌이고 있다. 공사를 하다 보면 유난히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99개의 섬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구주구시마(九十九島)다. 큐슈의 서쪽, 나가사끼 북쪽 바다에 한 폭의 그림처럼 떠 있는 구주구시마는 사이카이(西海)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구주구시마의 공사는 특별한 공법을 필요로 한다거나 어려운 난공사는 아니었다. 섬에도 사람들이 살고 집과 건물도 있고 도로 포장도 해야 된다. 당시는 파김치가 될 만큼 사업에 빠져있을 무렵이었다. 도쿄에서 다른 일을 보고 여객기로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한 뒤 거기서 다시 세스나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구주구시마 공사장 근처 해상에 내려서 가곤 했다.

 

구주구시마의 절경은 누가 뭐래도 붉은 노을이 바다와 하늘과 구름과 보석처럼 점점이 박힌 섬들을 물들이는 석양이다. 구주구시마, 99개섬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208개 섬들로 이뤄져 있다. 세스나 비행기에 내려다 보는 석양의 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깊은 감동으로 남아 있다.

 

 

구주구시마에서 가장 큰 섬인 구로시마는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7세기 초 에도 막부는 점점 교세가 커지는 천주교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무자비한 탄압을 했다. 이에 천주교도들은 1637년 시마바라의 난을 일으켰다. 3만7천여명의 농민들이 참가한 난은 4개월만에 진압되었고 지도자였던 16세 소년, 아마쿠사 시로는 자살로 최후를 마감했다. 현재 구로시마의 살고 있는 5백여명의 주민들은 그 시마바라의 난에서 겨우 목숨을 건지고 피신한 농민군들의 후예들이다. 구로시마에는 1908년에 건립돼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가톨릭성당이 있다. 주민의 7할이 천주교 신자들이라고 한다.

 

구주구시마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인 ‘구주구시마 센뻬이’로 또한 유명하다. 1951년 탄생한 구주구시마 센뻬이는 물자가 부족했던 전후에 배급 받은 사탕과 소맥분, 땅콩의 3가지 원료만으로 만들었다. 심플한 원료만을 사용하는 만큼 원료를 엄선하여 3가지 맛의 배합을 최대한 살린 것이 비결이다. 일본 과자 중에는 구주구시마 센뻬이와 비슷하게 만든 것들이 꽤 있으나 그 독특한 바싹바싹함과 고소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구주구시마 센뻬이를 입안에 넣어 잇발로 부스러뜨릴 때는 마치 사하라 사막의 모래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다른 센뻬이는 ‘가루’로 만든다고 하면 구주구시마 센뻬이는 ‘모래’로 만들었다고 보면 구분이 쉽다. 이런 굵은 입자들이 입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전해지는 감촉이 특별하다.

 

 

거북이 등껍질을 본 딴 육각형 표면에 쓴 하얀 글씨는 지금도 숙련된 직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쓴다. 구주구시마 센뻬이는 1953년에 과자제조특허를 받았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식음료와 건강미용제품의 품평회인 몽드셀렉션에서 4년 연속 최고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주구시마 센뻬이를 입안에 넣어 잇발로 부스러뜨릴 때는 마치 사하라 사막의 모래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다른 센뻬이는 ‘가루’로 만든다고 하면 구주구시마 센뻬이는 ‘모래’로 만들었다고 보면 구분이 쉽다. 이런 굵은 입자들이 입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전해지는 감촉이 특별하다.

 

 

거북이 등껍질을 본 딴 육각형 표면에 쓴 하얀 글씨는 지금도 숙련된 직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쓴다. 구주구시마 센뻬이는 1953년에 과자제조특허를 받았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식음료와 건강미용제품의 품평회인 몽드셀렉션에서 4년 연속 최고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주구시마의 또 하나의 명물은 갑오징어다. 세계 2천여 가지를 요리를 할 수 있는 필자는 구주구시마 갑오징어의 맛만 생각하면 지금도 입에 침이 감돈다. 갓 잡은 갑오징어를 하루만 햇볕에 말린 뒤 석쇠나 오븐에 살짝 구워 먹는다. 두께는 대개 1.8 ~ 2 cm 정도로 마요네즈를 섞은 일본 간장에 찍어 먹는다. 일본에서 구주구시마의 갑오징어보다 더 신선하고 통통하고 맛있는 해산물은 없다고 확신한다. 나가사끼 공항에서도 팔고 있으므로 나가사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꼭 맛볼 것을 권한다.

 

 

세스나 전용기로 현장을 둘러 보고 돌아오면 일본말로 구다구다(‘퍽 퍼지도록 피곤하다’는 뜻)하다. 사는 게 당시에는 전쟁 그 자체였다. 그런 속에서 갑오징어와 센뻬이 과자, 구주구시마의 석양은 나를 번쩍 정신 들게 만든 활력소였다. 아, 구주구시마! 99개의 섬들마다 사람들이 살고 사연들이 전해지는 그곳으로 오늘 왠지 떠나고 싶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