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4발째 총소리에 그만...
소우르(서울) 태릉 사격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1988년에 드디어 올림픽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부치기도 한 88올림픽이 소우르(서울)에서 개최된다. 사상 처음 세계를 향한 국가홍보이기도 하며 올림픽 종목에 사격이 들어있는지는 나는 관심 밖이다. 일본에서 더 흥분한 파르파르(88) 올림픽이라고 필자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만은 해프닝(웃기는 일)이 하나 있다. 여느 때와 같이 소우르(서울)에서 체류하던 날 갑자기 총을 겨누고 싶어진다. 당시 투숙하고 있던 장충동 S호텔의 벨 데스크에 전화를 해서 태릉사격장에 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내가 소우르에 오면 통역하는 자가 꼭 붙어 있었다. 지금은 꽤 말을 하는 편이지만 그때는 더듬더듬하는 말투였다. 한마디로 의사전달이 어려웠다. 그날도 통역을 불러 태릉사격장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후론트에서 호텔 리무진으로 신나게 콩닥콩닥 하는 마음으로 태릉에 도착했다. 파르파르(88) 올림픽이 얼마 안남은 지라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통역하는 사람은 사격장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사격장의 구조는 스테이츠(미국)와는 많이 달랐다. 우선 축구장 같이 관객을 앉을 수 있게 해놓았고 계단을 내려오면 스페이스(공간)도 일자로 되어 있었고 생각보다 작았다. 통역은 내 얘기를 하는 모양이다.
사격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단다. 일단 국내인은 출입금지라고 말한다. 다행히 필자는 국내인은 아닌지라 OK 라고 하였다. 자, 그럼 Gun(총) 플레이하기 전에 스테이츠와 같이 총을 고르려 하니 고를 총이 없단다. 하도 기가 막혀서 왜 고를 총이 없느냐라고 하니 지배인 같은 체격 좋은 사람이 나타나 설명을 한다. 우린 총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총 하나가 줄로 묶여있던 것이 지금도 새삼 기억에 남는다.
“이 묶어놓은 총을 쏘아야 합니다” 다행히 38구경 수동이었다. 나는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너무 낡은 총이었다. 물론 실내사격장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총을 쏘려고 하니 아까 그 체격 좋은 사람이 따라 들어온다. 물론 사격장 안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다. 조그만 공간에서 “왜” 무엇 때문에 따라 들어오는지 난 영문도 모른다. 총을 전혀 못쏘는 사람으로 봤나 보다. 스커트를 입고 갔으니... 사실은 총을 쏠 때 복장은 전혀 상관없지 않은가. 수영복이면 어떠리. 총알만 잘 튀어 나오면 되는데 오발만 안하도록 하면 되고...
이윽고 소우르(서울) 태릉사격장에서 역사적 순간이 이루어진다. 양 손으로 총알이 여섯 개 들어있는 것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방아쇠를 당기고 한 발 쏘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영 신통치 않은 총이다.
헐렁헐렁 하다. 무언지 모르게... 그리고 기분이 안좋았다. 내가 총을 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플레이를 하는 건데 옆에 떡 버티고 서 있으니 그건 지도자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을 감시하는 차원이다. 나는 즉시 “나가 주세요.” 라는 손짓을 하니 “규칙”이란다.
옆에 서 있는게... 나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 같이 한국말을 잘 하면 따지기라도 하겠지만 그땐 엉터리 한국어였다. 통역을 통해 총이 왜 이리 낡았나, 다른 총으로 바꿔 달라고 하자 “없습니다.”라고 또 대답하여서 괜히 왔다 싶었다.
하지만 사격을 워낙 좋아하는 지라 두 번째 방아쇠를 당기고 타게트에 명중하려고 할 때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불빛이 튀었다. 총에 무슨 문제가 있구나 했지만 설마 하고 다시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불빛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총이 헌 것이라 총알이 나갈 때마다 점점 불빛이 커지고 드디어 철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6발이 든 총이 오래된 관계로 정비도 안했는지 그건 나도 모르지만. 3발을 이미 티격태격 하며 쏘았으니 필자는 결심한다. 불빛도 튀고 총도 미국에서 쏘는 것과 엄청 차이가 났다. 4발만 쏴야 되겠다고 말이다. 그때 4발 째 방아쇠를 당기자 땅 하고 쏘는데 3번째보다 훨씬 큰 불빛이... 나는 총을 그 자리에서 버렸다. 너무 뜨겁고 불빛이 거칠었던 것이다. 버린 총은 끈으로 묶어져 있어 그 근처에 떨어졌으니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통역을 대동하고 38구경 수동을 쏘러 갔지만 지금까지 쏘아본 중에 제일 골동품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외국인이 태릉까지 총 쏘러 간단 말인가. 분명 필자와 같이 도중에 놀래서 나왔을 것이다. 사격장은 사격을 즐기는 곳이다. 점검과 안전에 대비해 편안하게 사격을 즐기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레저용으로 말이다. 지금은 그 찝찝한 추억은 모두 사라졌지만 문득 스테이츠(미국) 생각을 하다보니 잠시 글로 옮기게 됐다. 역시 Gun(총)은 미국에서 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