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에 호텔에서 쫓겨나다.

 

비즈니스를 다니다보면 우스운 에피소드가 즐비하다.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에 나는 일본에서 캐릭터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린 그림으로 귀여운 벽시계를 만들게 되었고, 물론 개인용도가 아닌 상업용으로 만들었다. 시계 부품 부분을 일본의 시티즌을 사용하고 태국과 대만에 하청을 주며 일을 시작했던 관계로 KONO부장을 대만책임자로 나는 방콕을 거의 체크하기로 결정했다. 그 덕분에 자주 방콕 출장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만난 것이 충격보다 아픈 기쁨이었다. 먹는 것을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있는 필자는 호텔에 짐을 풀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깥에 나가고 싶었다. 나의 일행과 -일행이라도 비서와 부하 한 사람 세 사람이고 현지 조립하는 현장 팀장 한사람. - 차를 한 대로 가야 움직임이 원활하니 그렇게 하기로…….

 

 

뙤약볕에서 먹는 태국식 씨훋(바다생선) 샤브샤브를 먹었다. 날씨가 더운 지방의 과일이 맛있는 법! 마이아미(미국)에 살면서 날씨가 더운 지방의 과일이 트로피칼하다는 것을 알고 디너(식사)하러 가던 중 과일가게를 통과하게 되었다. 일단 차를 멈춘 뒤 과일을 고르려고 하니 그때였다. 깜짝 놀랐다! 내가 놀래는 일은 거의 없다. 강심장이다. 철근덩어리로 만든 강한 심장이라 불리는 만큼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보지 못한 묘하게 생긴 괴물이 천장에 수십 개나 늘어뜨려져 매달려져 있었다. 색깔은 베이지와 브라운색의 중간정도의 색이고, 크기는 수박 크기 정도로 뿔이 많이 나 있는 모양이었다. 생선가시 같은 것은 아니었다. 여하튼 놀램을 금치 못했다. 뾰족뾰족 솟아 무섭게 생겼다. 기분이 약간 씁쓸했다. 과일가게에서, 그것도 지구상에 과일은 거의 발견하고 먹성이 좋은 필자는 먹는 양도 매우 많이 먹었는데 말이다.

 

 

여기서 스쳐지나가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난 어릴 때부터 먹성이 좋고 아무거나 잘 먹었다. 나는 일본 집에서 아주 어릴 때 먹다가 나가 뛰어 노는 것을 반복했다. 중간에 꼬마 친구들을 밖에 세워 놓은 채 잠시 들어와 우동이든 카스테라든 과일이든 빠른 속도로 먹었다. 바깥에서 놀다보니 시장했던 것이었다. 마마(엄마)가 늘 이야기한다. “우리 딸 나중에 커서 시집보낼 때 월급을 다섯 배 정도 타는 남자한테 시집가야겠군! 저렇게 많이 먹으니 보통 사람은 절대 딸려서 안 되겠네. 쨉도 안 돼! 보통 월급 받는 사람은……” 라고 놀려대기도 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만능스포츠 워맨(우먼)이다. 내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것도, 전혀 상상 밖의 일이었다. 중학교 교장이 집까지 찾아와서는 하는 말이 코메디언 같았다. 나의 100m 달리기가 전례에 없던 기록이라고 농구를 하면 몸이 빠르니 좋겠다고 하여 농구를 시작한 것이다. 뛰는 것도 쩜푸도 최고로 멋들어진다. 얼마 전 농구 꼴때에서 농구 슛 폼을 잡으니 옛 폼이 멋지게 되살아났다. 물론 꼴인이었다! 포지션은 가-드이었고 그 당시는 큰 키에 속했는지는 모르나 중거리 슛이 정확해서 포지션이 가드이었나 보다. 오른쪽 맨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하튼 이정도로 운동 우먼이다. 유도도 했고, 휘겨스케이트도 타고 스키, 테니스, 수영, 골프, 복싱! 지나서 생각해보니 엄청나네!

그중에 제일 필자의 성격과 맞지 않은 것이 골프였다. 사람은 일단 세 가지 분비물은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오줌, 똥, 땀. 그런데 다른 스포츠를 시작하면 땀이 비 오듯 흐르는데 골프는 시간에 비해 남는 것이 없다. 필자는 건강이 적자이다. 그 길고 긴 시간을 다른 쪽으로 방향조절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또 그렇게 납득하고 싶어진다.

일본에서 팟팅 연습장을 경영한 적이 있다. 그 관계로 자연스럽게 골프와 접하고 또 라운딩도 나가야 했다. 라운딩 하는 골프코스에서 또 다른 크나큰 예감이 내 머리를 스쳐간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내 시각에서는 골프 넣는 구멍(홀)이 너무 작게 보인다. 그로부터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건 내가 할 운동이 못 되네!’ 라고. 이유인 즉 내 꿈은 엄청 큰 것인데 골프의 홀이 너무 작아 나답지 않다는 것이다. 성격에 맞지 않아 그만 골프채를 뒤로 했다. 생각의 차이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은 이렇다는 것이다. 골프 플레이는 꽤 잘한다고 한다. 슛도 거의 정확하고 폼도 좋은 듯하니 남의 칭찬을 들었지만 참고 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쫓아가는 너무 길어서 즉,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도 나에게는 별로인 것 같다. 스포츠 100%는 아니지 않나 싶었다. 골프는 사교계에 무엇무엇 같은 느낌도 가끔 든다.

먹성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이야기가 빗나간 점 좀 미안하게 생각한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나? 참으로 -가끔 건망증이 심한 귀여운 필자!-

 

 

방콕의 과일가게에서 상황이다. 고심도치 같은 날카로운 모습을 한 과일이라니 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까무러치고 기절의 나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US 달러로 100불이란다. 당시고 지금이고 100불은 큰돈인데 못생기고 무섭게 생긴 주제에 가격까지 100불! 100불 깜짝, 깜짝, 깜작. 몇 번 눈뜨고 감아도 그건 현실이었다. 나는 승부욕이 강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요-시, 요-시! 궁금한 것도 풀 겸, 한 개 낙찰! 100불짜리를 10불 깎았다. 천장에 매달아놓은 것 하나를 골라 내리게 지시했다. 당시 태국 말을 모르니 손짓으로 몸짓으로 완전 뮤지컬을 하고 있는 무대의 주인공같이!

천장에서 내려온 수박 크기의 괴물 같은 모양에 나는 또 놀랬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계속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걸 어떻게 먹을 것이며 어떤 내용물이 나올 것이며, 껍질을 어떻게 까는 것일까! 모든 것이 처음이고 겁이 났다. 낯선 태국 과일가게 아저씨도 시커먼 얼굴에 눈만 말똥말똥. 눈만 까맣게 보일 정도로 까맣다. 다크브라운이다. 밤에는 그야말로 몸이 까맣게 보여 눈만 반짝반짝 거릴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 과일가게 아저씨가 이번엔 도끼 같은 걸 들고 나타난다. 나는 또 놀랬다. 토목공사 하는 장비 중 하나에 도끼가 있다. 그것과 똑같은 도끼를 들고 오지 않는가. 계속 연타로 스릴과 싸스팬스다. 웬 도끼?

과일가게 주인은 자연스레 빙그레 웃으며 이것으로 과일을 뽀개면 된다고 했다. 껍질이 두껍고 딱딱하니 칼은 약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에 나는 되물었다.

 

“그 과일 맛이 도대체 어떻죠?”

그러자 과일가게 주인은 특이한 냄새가 좀 나고 그 냄새를 소화할 수 있다면 먹을 수 있다고 통역사는 영어로 상세히 통역을 했다. 자, 그럼 도끼로 과일을 뽀개겠습니다. 무시무시하면서도 기대감이 컸다. 얼마나 묘한 과일이면 가격도 100불에 색깔은 무시무시하고 껍질을 도끼로 뽀개니 즐거움과 기대감이 컸다. 나는 짜릿짜릿한 스릴과 사스팬스로 어느새 기분이 변하고 있었다. 큰 장작을 뽀개는 소리와 함께 흉측하게 생긴 과일의 내용물이 드러났다. 색은 바나나보다 짙고 삶은 달걀의 노른자 부분보다 약간 옅은 색이다. 색도 색이지만 이게 무슨 냄새야! 좋게 이야기하면 아니 표현하면 연탄가스 냄새. 나쁘게 표현하면 100% 하수도 썩은 냄새 아니면 오물(똥)같은 지독한 냄새다. 한순간 코를 막고 빙글빙글 돌며 과일가게 밖을 나돌았다. 어쩌면 그렇게 생김새도 무시무시하게 생긴데다 냄새 또한 세계최고로 더러운 냄새이다. 누가 이 세상에다 오물과일을 생기게 했단 말인가! 먹기 전에는 중장비까지 동원해야하는 과일을! 처음이 불편하면 모든 흐름이 불편하다더니. 참. 

 내가 묻는다. 과일보고 표현하는 말이 있다. 싱그러운 맛, 그 맛은 과일의 일품. 맛과 냄새의 일품이다. 싱그러운 냄새가 나는 과일 쪽이 일품에 속하지 더럽게 생기고 냄새 역시 역겨운 과일하면 누가 먹겠나! 가격은 하늘을 치솟는데 말이다. 모두가 내 탓이다. 호기심 많은 나의 인생은 스톱할 줄 모르고 태클도 걸지 않고 유유히 지난다. 지독하게 코를 찌르는 오물, 똥 냄새가 나도 돈을 100불이나 주고 10불 돌려받으며 샀으니 먹어보고 싶다. 한쪽이 상하(上下). 마늘처럼 여러 쪽을 낼 수 있다. 세로로 뽀개면 크기가 바나나 한 개 정도 같은 것이 한쪽 속에 두 개 박혀 들어있다. 그렇게 몇 번 뽀개면 그와 같은 내용물이 번갈아 나오고 그 안에 씨는 한국의 밤톨만한 큰 씨가 곁들어져 나온다. 드디어 과일이 우리 식구 등장!! 하는 듯 했다. 

  “시식을 하시겠습니까?” 라고 태국 회사 팀장이 묻자 일본에서 온 팀의 대답은 한결같이 だめ (No)이었다. 그 모습은 지금 다시 상상해도 너무도 웃음이 난다.

총으로 이루어진 나라 USA 미국을 연상하게 한다. 딱 맞다. 예를 들어 권총을 들이대면 누구나 힘으로는 당하지 못하고 총알이 명중을 하면 한방에 다운(사망)하니 그 표정이 오죽하랴! 마치 그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동시에 모두 だめ(NO) 라고 했으니 할 수 없이 나만 먹기로 했다. 과일가게 아저씨는 판매목적인지 정말로 그 과일을 좋아하는지 연신 베리 굿이라고 서툰 영어로 떠들어댔다. 손가락을 펴서 입을 크게 벌리고 노릇노릇한 과일을 넣었다. 마치 한국에서 김장할 때 옆에서 한 입 얻어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호각이 있었다면 승리의 호각을 불었을 것이다. 악취가 나는 냄새와는 달리 내 생애에 처음으로 입을 댄 과일 맛은 기가 막혔다. 나는 일본에서 머스크멜론을 좋아하며 가끔 반을 뚝 잘라 숟가락으로 단숨에 퍼먹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고급 과일인 머스크멜론은 쨉도 되질 않는다. 표현이 잘 되질 않지만 맛있는 내츄럴 치즈와 같은 맛이고, 맛있는 버터를 녹이고 달걀을 풀어 만든 고급 푸딩과도 맛이 비슷하다. 과연 악취 오물 냄새를 감출만한 그 이상의 맛을 과일은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맛이 있었다. 과일의 왕좌라는 그 과일의 이름은 듀리안!

 

 

“먹다 남은 걸 투숙하는 호텔에 가져가면 특이한 냄새에 쫓겨날 거예요. 체크-아웃(방 빼라!)라고 할 거예요. 호텔 쪽에서. 여기서 (과일가게)에서 다 먹고 가는 것이 어때요?” 라고 과일아저씨는 권했지만 우린(필자)는 필자는 말을 안 듣고 호텔까지 싸들고 갔다.

후런트에 도착하여 방 번호를 대고 키를 달라고 하니 호텔 서비스맨이 반갑게 맞이하다 시무룩해진다. 스위트룸 손님이라 긴장했나하니 그것도 아니었다.

후런트맨이 웃는다. “혹시 듀리안 갖고 계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네. 여기, 요기요!” 라고 자랑삼아 이야기 했더니 “듀리안을 호텔 방까지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호텔 규칙상 말입니다.”라고 말한다. “왜?” 하고 물으니 대답이 무서웠다. 두리안을 가지고 방에 올라가면 그 층에 냄새가 꽉 배어 다른 손님들이 체크-아웃(방 빼라) 하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올라가시려면 나보고 체크-아웃(방 빼라)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참으로 그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한 손님한테, 이래라, 저래라. 더러워서! 다른 호텔로 가자했다.

 

 

방콕의 첫날밤의 추억은 수포로 돌아갔다. 과일 때문에 쫓겨났다. 그 호텔에서……. 그날 방콕 샤브샤브도 맛있었다. 지금 시간이 흘러 생각하면 무지무지하게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도록 났기 때문이라고 추측이 된다. 첫 번째 치곤 좋은 추억으로 남았지만 지금은 늘 먹는 과일로 날 위로한다. 과일의 왕좌라고 평이 난 두리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