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케첩인 줄 알았더니

짙은 주홍색이라 토마토 케첩으로 착각에 빠지기 쉬웠다. 맨 처음엔 케첩 속에 소시지가 들어 있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떡볶이는 색깔도 예쁘고, 모양과 길이, 그리고 통통함도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이다. 떡볶이를 접한 다른 외국인도 아마 똑같이 느끼리라. 살아 생전, 지금까지 마주할 기회가 없었고 재료도 당연히 이곳 한국에 오지 않으면 맞선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감탄사 연발이다.

 

나는 한국 여성이 너무 많이 예쁘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걸 들으면 프랑스어와 비슷한 악센트라고 할까. 잠깐 살짝 들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잘 닦여진 모습은 사랑스럽다. 원래도 예쁘지만 음식 문화에서 예쁨을 추구하는 식품이 이곳 한국에는 있는 듯하다. 그게 ‘고추장’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빨강 고추 속에는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캡사이신’이란 성분이 들어있고 피부를 예쁘게 다듬어주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하게도 한국 음식의 고유한 맛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머리 뒤통수에 미련을 두게 만든다. 한국에만 늘 있는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한국 음식 맛이 주는 절묘한 느낌은 아마도 섬세한 일본 사람의 혀끝만이 잡아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매운 핫소스가 이 지구촌에 왜 없겠느냐 마는, 한국 것은 종류가 확실히 다르고 자연 발효하는 과정에서, 사람 체내에 들어오면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성분을 포섭한 것 같다. 그런데다 탄수화물을 곁들이면 그것만으로 몸의 밸런스는 물론 충분한 에너지의 유지와 발산에도 도움을 준다. 한국인들은 떡볶이를 싼 거, 간식 거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생각이 다르다. 떡볶이는 당당히 주식 거리도 될 수 있다. 떡 모양도 예쁘다. 음식은 우선 시각을 자극해야 한다. 만일 사각형으로 길게 나왔다면 먹기도 불편했을 것이고 각이 져서 별로 안 좋았을 것이다.

 

필자가 서울 거리에서 처음 발견한 것은 예쁜 숙녀들이 회사 유니폼을 입고 도로 위에서 토마토 케첩으로 버무린 것을 먹고 있는 거였다. 그땐 떡볶이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머리를 식히러 호텔에서 빠져 나와 도보로 거리 구경하다가 숙녀들이 빨강 거를 먹는 걸을 보고 ‘웬 토마토 케첩을 저렇게 먹나?’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이다.

 

도로 위의 건물은 대체로 우중충하거나 베이지 색이다. 간간이 그린 색의 건물이 거리의 포인트를 발휘하는 것 외에는 눈에 띄는 게 없다. 그런 칙칙한 거리 풍경에 ‘주홍색’의 떡볶이, 그야말로 눈과 입맛을 사로잡는 포인트다. 더욱이 그게 케첩이 아니라 한국의 발효식품인 ‘고추장’이란 사실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세계의 유명 도시를 다니다 보면 간혹 길거리 음식을 만나게 된다. 현지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대체로 색깔이 별로 당기지 않아 머뭇거린다.

 

그런데 식욕을 제일 자극하는 색이 ‘주홍색’이다. 요리연구가로서 떡볶이는 ‘주홍색’이란 것만으로도 전 세계로 퍼져나갈 후보감이라고 직감한다. ‘핑크’보다 강렬한 떡볶이의 ‘주홍색’이 21세기 스트리트와 골목의 리더로 군림할 날을 상상해본다. 떡볶이를 토마토 케첩으로 버무린 거라고 단정하고 수년 간 의심 안 했다니, 역시 나는 멍텅구리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