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병원 수간호원 타로우라 사치코 상

 

한 여름 8월 5일. 어렴풋이 희미하게 기억나는 나를 쫓아본다.

나는 몸이 건강하다.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도 몸이 거뜬하다. 무한한 체력을 믿고 나는 자택 이층에서 맨발로 뛰어내렸다. 멋있게 점프를 한 것은 좋았지만 뼈가 부러진 것이다. 주택은 층간 사이가 2m60㎝ 이지만 이 건물은 5m 나 된다. 늘 까불기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하다가 한 방 맞은 듯했다. 흙과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맨땅에서는 꽤 익숙하다고 생각하여 이층 발코니에서 맨발로 멋있게 점프를 하여 바깥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뛰어내린 이유도 있었다.

 

일본에는 마쯔리가 꽤나 큰 민족행사로 열리고 있고 그 행사 중에서도 여름에만 열리는 행사가 있다. 매주 토요일 밤에 열리며 타이틀은 도요요이치(토요일 밤시장). 축제가 8월 4주 동안 매주 토요일, 한참 더울 때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계속된다. 좋아하는 음식과 금붕어 낚시. 도로 위의 차량 통행을 중단시키고 팥빙수, 그린티 빙수, 다코야끼, 오코노미야기, 그리고 작은 무대에 올라가 가라오케 대회가 한참 벌어지고 있었다. 그 시합은 내가 좋아하는 경연대회이고 엔트리 넘버(출전선수) 일본의 조나이(동네) 모임에 모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정말 놀랄 정도로 똘똘 뭉친다. 한국의 아파트 반상회하고는 성질이 다르다. 꼭 출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참가하고 즐긴다. 수다도 떨며 삐약삐약! 협동심이 강하다.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미관상도 나쁘진 않다. 똘똘 일본 아니면 똘똘 JAPAN이라고나 할까.

 

나는 당시 맨발이었는데 빌딩의 2층이었지만 꽤 높은 건물이었다. 주택은 천장이 낮지만 빌딩을 지으려면 천장구조가 높아진다. 하지만 늘 익숙했던 장소였고 그 대회가 좋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마침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다. 일본에서 대박을 친 노래였고 오랫동안 유행하는 노래로 제목은 ‘나쯔 나쯔 나쯔 피나츠 (여름 여름 여름 땅콩)’ 아참, 나쯔(여름)이 네 번 나온다. ‘나쯔 나쯔 나쯔 나쯔 피나츠 (여름 여름 여름 여름 땅콩)’. 지금도 일본에서 즐겨 부르는 명쾌한 노래이다. 더운 여름에는 제격인 유닉한 분위기에 어린애부터 노인까지 좋아하는 노래이다.

 

그때 그날 내가 1층으로 내려가 주차장을 통해 현관으로 나갔다면 노래는 이미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만능 스포츠 선수라서 이쯤이야 하고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듯 퍼포먼스를 하다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당장 입원을 하란다. 인생의 휴가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병원이 시키는 대로 입원도 했지만 날씨도 덥고 병원이라 호텔처럼 냉방을 마음대로 틀을 수도 없었다. 

 

여섯 명이나 있는 방이었다. 병실에서 나는 창문 쪽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그때 백의의 천사라고 하는 간호사가 두 명 들어왔다. 한 간호사는 그냥 일반 간호사고 또 한 간호사는 관록이 있는 후쵸상(수간호원)이었다. 그녀는 이미 뒷조사를 하여 나를 알아보았다.

 

“메구미 상 어찌 된 일이요!” 라고 물었지만 난 그녀를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가까운 친척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까불다가 입원실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여섯 명이 있는 방에서도 조용할 리가 없었다. 통솔하듯 매일 생선초밥 배달에다가 일본초밥 파티장으로 병실을 바꿀 만큼 화려한 매일이었다. 화려하단 뜻은 먹을거리가 화려하고 양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의 초밥은 생선을 숙성시켜서 초밥을 만드니 참 맛있다. 물론 금방 요리해서 먹는 생선초밥도 맛있다. (아지나 갑오징어) 가지가지이다. 환자치곤 병원생활이 우등생이다. (사실은 불량이었다는 뜻)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예를 들어 얼굴에 붙이는 팩을 병실에서 하고 새하얀 가면을 뒤집어쓰고 누워 수간호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질 않나. 후리덤한 여성의 발상은 끝날 줄 모르고 달렸다. 환자인지 방문객인지 전혀 구별 못할 정도로 기세등등한 나였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퇴원 후 수간호사와 둘이 식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수간호사는 필자를 옆에서 보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하고, “강하다. 필자는 강한 사람이야.” 라고 하였다. 무슨 뜻인가 하고 물으니 간고 휴초상(수간호원)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나도 강하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필자에겐 두 손 들었다”

는 것 이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다시 이야기는 반복된다. “강하다. 아무튼 메구미 상은 강하다.” 라고 하였다.

필자와 둘이 저녁을 먹을 때 후쵸상(수간호원)이 자기가 결혼하고 제일 소중하게 끼고 다니던 반지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나는 그때 잠시 생각에 빠진다. 

남의 반지를 받는다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후쵸상(수간호원)은 제일 아끼는 루비 같은 색깔의 고급 반지를 필자에게 선물한 것이다. 나도 가지고 있는 반지는 숫자로 계산하면 굉장히 많은데 하필이면 왜 이 할머니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어떻게 끼고 다닌담? 생각하며 일단 받았다. 그 후에 나는 새록새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보태 받은 반지를 보석디자인을 하여 바꿨다. 이유는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이 멋있게 만들어 끼고 다녀야지 하는 생각에 엄지손가락에 낄 수 있도록 내가 직접 디자인했다. 보석가게에 가서 양초로 반지 가봉을 서너 번씩이나 하고 예뻐졌다고 판단한 다음 그대로 엄지 반지를 만든 것이다. 지금도 타로우라 후쵸상 (수간호원)을 생각할 때마다 추억에 젖어들곤 한다. 지금은 정년퇴직하고 20년이 넘었지만 보고 싶다. 그냥 보고 싶을 뿐이다. 타로우라 사치코 상(수간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