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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우동은 발로 밟아야 제 맛이 난다

뭐니뭐니해도 우동 맛이라고 하면 일본 것이 제일이지 않나 싶다. 그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맛을 낸다. 한국사람들도 일본 우동에 엄지를 치켜세우지만 어떻게 만드는지는 의외로 잘 모르는 것 같다.

 

무슨 가업이든 일본은 웬만하면 대를 잇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가문에 태어나면 복종 100퍼센트다. 그거 하나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우동 장사를 하든 라면 장사를 하든 대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부심을 갖고 흥청망청 살지 않고, 정직하고 예의도 바른 편이다. 일본은 어느 직업이라도 불평불만이 없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소액 세금을 내면 충분히 만족한다는 인생살이다.

 

일본 우동을 발로 밟아 반죽을 내어 만든다고 하면 상상하기가 어려울 거다. 한국인은 ‘더럽다!’ ‘왜 발로 밟아야 되는데?’라고 반문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를 이어서 수백 년을 지탱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수없이 내팽개치고 그러다가 다시 끌어안고 연구를 했으리라. 발로 밟아야 할 이유가 있을 거란 얘기다.

 

우동은 뚱하고 토실토실한 모습이어야 일본우동 고유의 ‘찔김’과 맛을 낸다. 이런 질감과 맛을 만들려면 발로 밟아야 한다. 처음엔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한다. 하루에 팔 우동 양만큼 반죽이라면 꽤 될 터, 그걸 깨끗한 비닐을 깐 바닥 위에 고르게 편다. 그 위에 다시 투명한 비닐을 덮는다. 그 위에 사람이 맨발로 올라가 면밀하게 오른쪽, 왼쪽, ‘하나 둘, 하나 둘’ 소리를 맞추면서 밟아 내려간다. 그런 과정을 수십 번 한 다음에, 뒤집어 놓고 아까 같이 되풀이 한다.

한국에서 예전에 여성들이 빨래를 발로 밟아 폈던 걸 상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깨끗이 빨아낸 두껍고 거친 옷들을 아낙네의 두 발로 밟아 곱게 폈듯이, 우동 반죽은 위에서 다리로 눌러주는 힘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쫄깃쫄깃한 맛이 나며 질감도 부드럽다. 정말로 우동한테 반하면 우동만 삶아 간장에 그냥 찍어 먹어도 맛있다.

 

한국에도 수제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수제비는 원래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수제비를 ‘당고(호두과자 같이 동그란 모양)’라고 한다. 물렁물렁한 반죽에서 스푼으로 떼어낸 덩어리를 뜨거운 물에 넣고 익힌다. 그런 후 물을 버리고 덩어리 수제비에 설탕만 뿌려 먹는다. 담백하고 깨끗한 맛이다. 날씨가 구질구질한 날, 집에서 해 먹으면 별미다.

 

미국에선 ‘심플한 게 베스트(Simple is best)’라는 말이 있다. 우동이야말로 심플한 최고의 요리가 아닌가. 요리 중에서 가장 싼 우동을 먹으면 ‘절약’도 생각난다. 보통 우동 한 그릇에 300엔, 한국 돈으론 대강 3천원이다. 거기에 유부초밥을 곁들이면 한끼 식사는 충분하다.

 

우동 반죽하는 데 이틀 걸린다. 그렇게 발로 밟은 거를 하루 숙성한 뒤, 손으로 썰어 손님 앞에 겨우 등장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우동은 수백 년 전 태어나 역사의 고비를 넘으며 서민과 애환을 같이 해온 음식이다. 모두 힘들다는 시대에 우동 한 그릇 훌훌 말아 먹고 웅∼ 하고 힘을 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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